게시글검색
Home > 참여광장 > 자유게시판

자유게시판

우리는 왕따인가?

  • 왕따의 일기
  • 2020-06-30 18:39:21
  • hit2758

인사발령 명단에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10년 동안 5급 이라는 한 직급에 머물러 있는 동료가 주위에 2명이나 있다.
그들은 무엇을 잘못했는가?
10년 이란 시간동안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일한 죄밖에 없다.

이제는 복도에서 우연히 마주치는 것도 미안하다. 어떤 말들이 위로가 되겠는가?
쳐져있는 어깨, 푹 숙인 고개, 어설픈 위로에 쓴 웃음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팀의 분위기는 나락으로 떨어진다.

직장에서의 내 앞날도 별반 다르지 않을 것 같다.
같이 입사해서 같이 일하고 4급을 달고 있는 누군가가 있는 반면, 우리팀은 4급은 커녕 5급도 못단 동료가 70프로가 넘는다.
아이를 위해 어린이집, 유치원, 학교에 제출하는 재직증명서에는 한 직장에서 십수년을 일했는데도 여전히 대리로 적혀있다.
부끄럽고 암울하다.
앞이 보이지 않고 희망이 없다.
화가나서 일할맛이 나지 않는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너무 무겁다.

회사가 우리를 길들일 때는 현장직원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에 따라 이리저리 변하는 원칙, 공정성, 형평성 이라는 논리를 항상 앞세운다.
직원의 사기, 일할 원동력은 무시해 버리고
직원들의 간절함은 늘상 해오던 불평, 불만으로 치부해 버린다..
앞에서는 혁신, 쇄신, 청렴을 얘기하면서
뒤에서는 '나떼는 말이야...' 과거에 만들어진 프레임에 갇혀 시대의 변화에 순응하지 못하는 꼰대가 되어가고 있는걸 본인만 모르고 있다.

십수년을 어두침침한 터널에서 일하다 보니 밤에는 눈도 잘 보이지 않고
운행시 쇠 깎이는 소음에 귀도 잘 들리지 않아 TV볼륨을 항상 높여야 하며
쇳가루가 섞인 미세 먼지속에서 일 하다 보니 내 몸은 점점 죽어가고 있다.
전동차 고장, 시스템 에러 등 하루에도 수십가지의 각기다른 이례상황 속에서
조금만 잘못 대처해도 죄인처럼 여기저기 끌려다니는 동료들을 보면서...
닫히는 출입문에 전속력으로 달려오는 고객을 보면서...
매분매초를 긴장속에 혼자 일하다 보니
내 정신마저 피폐해져 가고 있다.
몸과 마음이 지쳐 열차를 못타는 동료들이 하나 둘씩 늘어나고 있는데도
그들이 갈곳도 그들을 다독이고 감싸안을 마음의 여유를 가진 동료도 없다.
팀에서 웃음이 사라진지는 벌써 오래다.

새벽 4시30분 맞춰놓은 3개의 알람에 온가족이 모두 일어난다. 곤히 자고있는 아이들까지도...
그래도 어쩔수 없다. 지각, 결승의 뒷감당은 생각하기도 싫으니깐!
전날부터 컨디션이 좋지 않더니 이른새벽 출근 부담감에 잠까지 설치는 바람에 오늘따라 컨디션이 최악이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사무실에 전화를 해본다.
역시나 대기는 없다.
연차 촉진제가 시행된 이후부터는 대기기관사 구경하기도 급할때 휴가 쓰기도 힘들다.
없다면 때려 죽여도 가야한다.
누가 대신 일해줄 수도 없고 내일로 미룰수도 없으니깐...
새벽 출근에 배는 고프지만 그래도 빈속으로 출근하는 건 기관사가 되고 난 후의 생활습관이다.
운행중에 생리현상으로 아찔한 경험을 한 트라우마는 허기진 나에게 우유한잔, 바나나 1개도 거부하게 만든다.
현관문을 나서는 짧은 순간에 떠오른 이런저런 생각에 머리가 찌근거리고 아프다.
출근하는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 때려치우고 싶다.

하지만 나는 그래도 꿋꿋이 버틴다.
집에서 나만 바라보는 처자식이 있는 가장이니깐..
아이들에게 나는 말한다 '아빠가 회사에서 얼마나 중요한 사람인데...아빠 없으면 회사가 안돌아가...'
아빠를 대단하게 쳐다보는 애들에게 그렇게 거짓말하는 내 자신이 부끄럽고 초라해진다.
사실이고 싶다.
가슴이 먹먹해 진다.
오늘도 잠자리에 누우면서 바란다.
내 아이들의 장래희망이 아빠같은 기관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지 않기를...
게시글 공유 URL복사
댓글[40]

열기 닫기

이미지명